크리스마스때 뭐할 거예요?
<그남자>
그런 광고 기억 나세요?
꼬마 숙녀와 멋진 남자가 나란히 걸어가는데,
꼬마 숙녀가 멋진 남자에게 종알종알 물어 보죠.
"내일은 뭐 하세요? 모레는요?
그럼...크리스마스 때는요?"
기억 나죠?
"그럼...크리스마스 때는요?"
여자가 그렇게 말했을때,
남자는 눈이 갑자기 똥그래지면서 이렇게 대답했죠.
"아니, 요 꼬마가?"
'크리스마스에 뭐 하냐!'
이건 곧 '우리,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,
정식으로 사귀자!'
그 말이 그말이라는건, 아주 기본 아닙니까?
그런데 그녀는
크리스마스 때 뭐 하냐는 질문에,
"음...크리스마스 때, 성당 가야죠~ 자정 미사 볼 거예요~"
무릎이 푹~ 꺾이면서,
코에서 바람이 휙~ 새어 나오는 이 기분!
아니이~ 누가 자정까지 같이 있재요?
나도 그 때까진 집에 가야 해요!
진짜 둔녀둔녀~ 왕둔녀~
이제 뭐라고 말을 해야, 딱 알아들을까요?
며칠 남지도 않았는데..
이러다가, 진짜 올해도
나 홀로 집에서,
'나 홀로 집에 2'나 보게 되는 거 아닐까요?
아, 이거, 불길하네~
<그여자>
난...당연히 우리가 크리스마스를
같이 보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.
아까 그사람이
크리스마스 이야기를 꺼내기에,
난..이런 말이 나오기만 기대하고 있었어요.
"우리 그 날 몇 시에 만날까요?"
그러면 나는 조금 자랑스럽게,
내가 미리 영화표를 예매해 놨다구
저녁 여섯 시에 만나자구
그렇게 말할 계획이었구요.
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,
그 날 뭐 할 거냐고 묻더라구요.
순간, 말문이 탁 막혀 버렸죠.
그렇게 물어 보는데,
"전 그 날 그 쪽이랑 영화 보러 갈 건데요?"
이렇게 대답할 순 없잖아요.
그렇다고
"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?"
이렇게 말할 수도 없구요.
그래서 나도 모르게 대답한 말이
자정 미사를 보러 간다는 거였는데...
설마, 그 말을,
그 날 못 만난단 이야기로 들은 건 아니겠죠?
만약 그렇게 들었다면, 나 이제 어떡해요?
그럼 올해도 또 자정까지, 나 혼자서,
아니 흰둥이랑 둘이서
집이나 지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? 글썽글썽~~
<그남자 그여자 중에서>